공지아닌 공지인데

새로 쓰는 글들은 포스타입에 씁니다.. 음 지금은 마블관련글(mcu/토니피터)만 쓰지만 다른장르도 아마 포스타입에 업로드 할 것 같아요. 보는 분도 없으시겠지만..(침착)

https://rose1548.postype.com

데스노트 전력 - [새해] 데스노트

   



매일 떠오르는 해는 언제나 같은 하루의 끝을 알린다. 반복되는 하늘은 땅거미가 지는 그 아래에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뿐이었지만.

 

 

류자키, 지시하신 인원의 목록이 도착했습니다.”

화면에 띄워줘.”

.”

 

한 손으론 책상에 각설탕으로 탑을 쌓아올리기 시작하며 지시한 정보를 표기하기 시작한 모니터 화면을 이리저리 훑었다. 유난히 사상자가 많은 사건의 일부가 심장마비로 쓰러졌다는 사건과 연루된 모든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 대강의 상세정보가 빠르게 입력된다. 이것도 더미인가. 특별히 기대도 하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기가 빠지는 느낌이 들어 의미 없이 책상 한쪽에 다소곳하게 놓인 과자 하나를 들어 대강 씹어 넘겼다.

 

 

이것도 키라가 개입한 사건인가…….”

그렇겠죠. 일반적인 사건입니다.”

이 사건만 뽑아냈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아니요, 없습니다.”

 

 

여러 명의 시선이 따갑게 와 닿는 것을 느꼈지만 무언가를 더욱 언질을 줄 필요는 없겠지. 가라앉은 침묵이 조금은 무겁다. 일반적인 일인데도.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각설탕의 옆에 동물모양의 과자 하나를 얹으며 복잡한 마음을 삼킨다. 조금 이상한데. 습관적으로 엉성하게 놓인 과자 옆에 또 다른 과자를 얹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이야~. 오늘도 다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왔나, 마츠다.”

! 복귀했습니다! 잠시 바깥에. 내일은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오늘이 마지막이기도 하니 잠시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왔습니다.”

마지막?”

. 오늘이 벌써 올해의 마지……. , 죄송합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소리였지만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했더니, 들뜬 목소리가 무거운 공기를 환기하듯 울려 퍼진다. 소란스럽지만 활기찬 목소리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벼워진다. 그 변화에 관심도 없었지만, 과자를 들어 올린 손가락이 어긋나 바닥에 무심코 흘리고 말았다. 그 모양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여전히 입을 열고 있는 그를 지긋이 바라보자 무언가를 느낀 듯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모양새에 말없이 의자를 빙글 돌려 책상에 놓인 모니터를 다시 내려다봤다.

 

 

오늘은 뭔가 진전이 있었나요?”

 

 

별 말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등 뒤에서 서로 1231일이라는 주제로 조용하게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평소라면 이쯤에서 야가미 씨에 의해 이야기가 종결날 법도 했지만, 그들을 이해할 만도 했던 이야기인지 쉽사리 끊이지 않는다. 그 소란의 시발점임에도 태연하게 대화에서 빠져나와 옆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이는 그의 모습에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책상에 놓인 과자를 손가락으로 괜히 찔렀다. 무언가라도 하고 싶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마츠다의 시선이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거슬린다. 솔직히 말하면, 그는 나쁜 인재는 아니다. 오히려 그가 가지고 있는 행동력과 적극적인 성격, 친화력은 범죄를 해결하는 데에 월등한 능력이다. ‘평범한범죄에는. 물론 어려운 범죄에도 능숙함과 침착함이 얹어진다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겠지.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범죄는 시와 때를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쉬는 날에 사건은 몰리기 마련이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모든 감정이 시작된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어쨌든 그것을 막는 입장에서는 들뜰 이유가 없는 날이란 걸 잘 알고있을텐데도. 주변을 신경 쓸 겨를도 없는데. 오늘도 여전히 얼빠진 소리를 내며 들어온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린다. 시야 한구석에서 흥미도 없는 말을 하는 그들의 소리가 유난히 거슬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묘한 기분의 행방은…….

 

 

야호, 라이토!”

……. 미사. 무슨 일이야, 바쁘지 않아?”

만나러 와버렸어! ~부 취소했지요. 역시 새해의 마지막은 연인과 함께!’니까!”

 

 

역시. 마츠다가 바깥에서 일이 없다는 소리는, 아마네 미사가 연말에 계획이 없다는 소리겠지. 잠시 가라앉았다고 느껴진 분위기가 순식간에 솟구쳐 오르는 것에 머리 한구석이 지끈거리는 것을 느낀다. 꽤나 인기 있는 연예인인 그녀가 연말에 아무런 계획이 없다니? 똑같은 의문을 가진 야가미 라이토의 질문에 들려오는 답에 그녀의 소속사의 사람들이나 PD들이 얼마나 곤란해 했을 지가 눈앞에 훤했다. 저렇게 마음대로인 성격이라니, 저쪽도 여러 가지로 고생이겠군. 눈치도 없는지, 계속 떠드는 모양새에 한숨을 삼킨다. 엄연한 수사본부 안에서 키라일지도 모르는 그녀가 계속 이 곳에 있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그렇습니까.”

, 미안하지만 그쪽에겐 할 말 없으니까?”

저도 딱히 듣고 싶은 말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보다, 돌아가셔서 쉬는 것이 좋겠습니다. 당신이 이곳에 오래 있으면 곤란하니까요.”

 

 

조금은 텐션이 높은 목소리가 머릿속을 휘저어대는 기분이 들어서 머리가 울린다. 이상할 정도로 날카로운 김정선에 스스로도 자신에게 이질감이 느껴지면서도, 그 이유를 쉽사리 찾아내기는 어렵다. 축객령을 순화해서 뱉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뚱한 얼굴의 그녀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도 미사를 의심하는 듯한 말투……. 있잖아, 새해인데 다들 참배라도 드리러 가야하는 것 아니야? 다들 이런 어두침침한 곳에서 틀어박혀있고. 연례행사잖아~.”

미사,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그렇지만…….”

돌아가죠. 라이토 군, 데이트라도 하는 게 좋겠습니다. 방 안이지만요.”

두 명이 아니면 의미가 없잖아. 새해만이라도 단 둘이 있게 해줘!”

어차피 이곳에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감시카메라로 보고있을테니까요.”

, 최악…….”

 

제 의견을 쉽게 굽히지 않는 그녀의 말에도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어떻게든 그녀를 달래보려고 하는 그의 행동에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진 모양이었지만 방자한 행실은 조금도 줄어들 생각이 없는지 소란스럽다. 왜 이러지. 당분이 부족한가……. 종잡을 수 없는 기분으로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멀어지는 두 명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철렁이는 수갑의 쇠의 날카로운 파열음마저 귀에 거슬렸다.

 

 

*

 

방안은 시계초침이 움직이는 소리와, 여전히 그녀의 시답잖은 비꼬는 소리가 종종 들려오는 사사로운 대화소리만이 남아있다. 그 사이에서 무언가라도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 듣지 않는 척, 세세하게 귀를 기울이며 소파에 주저앉아 앞에 놓인 케이크를 한입 떠서 넣었다. 입안에 맴도는 생크림의 부드러운 향이 가득 차오르자 조금은 입가의 근육이 느슨해진다. 확실히, 기분이 나아지는군. 손에 쥔 포크의 끝에 크림이 묻어있어 의미 없이 끝을 핥으며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한다. 1156. 12시가 지나면 어떻게든 본부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케이크를 내려다보던 시야에 그녀의 뒤에 있는 창문에 시선이 간다. 어느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 영국은 눈이 유난히 많이 내렸다. 언제나 보는 눈임에도 그 하얀 눈송이에는 많은 기억들이 담겨있었다. 와타리를 만났던 때, 와미즈의 보육원……. 묘한 기분에 입에 가져다 댄 포크를 반사적으로 떼곤 입을 다물었다. 설마.

 

, .

 

상념에 빠진 사이에 창문 너머로 억눌린 듯한 둔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종소리……. 새해를 맞이하는 그 소리에 조금은 지루하다는 표정의 그녀가 기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라이토! 새해 복 많이 받아, 새해에도 모쪼록 미사와 잘 지내주세요!”

미사도, 새해 복 많이 받아. , 류자키도.”

, 감사합니다…….”

 

의례적이며 상투적인 대화가 오고가는 와중에도 창밖에 보이는 눈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스쳐지나가는 느낌에 집중하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 맞겠지. . . 평소에도 느껴지지 않았던 눈이 왜 이렇게도 신경이 쓰이는 걸까. 무언가 허전한 느낌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류자키……?”

 

조용히 끝맺음을. 스쳐지나가는 목소리가, 귓가에서 멈추질 않았다. 아아, 나는……. 이상하게도 가라앉은 마음에 당장이라도 수갑을 끊고 뛰어나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상할 정도의, 그리움.

 

……아무래도, 여전히 무언가가 부족한 모양이었다.





데스노트 전력 [새해],,,

스스로 자각못한 (자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향수병을 적고 싶었는데요........ 와타리랑 만나는 것까지 쓰려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8 8............. 참가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겠습니다 (급기 야 ,,


[루이샬럿] 크리스마스 사이퍼즈

루이샬럿 논커플링 글 리퀘. . . 근데 루이스랑 샬럿 이야기가 아니고 루이스 독백 :0. . . .. .+공식설정과 다릅니다ㅡ,,호옥
나중에 리얼루 한번 더 이어쓸때 정말 남매썰좀 밀어보겠읍니다

 

 고향이라고 불리는 곳의 추억은 길지 않았다. 떠오르는 것은 길가의 풍경. 사람, 사람, 사람. 그리고 처절하게 서있는 자신. 그다지 춥지 않다는 날씨였으나 매몰차게 내리는 비는 갈 곳 없는 고아에게는 너무도 차가운 벽이다. 그것은 겨울에도 변함이 없어서, 피부에 닿는 물기가 소리를 내며 떨어져가는 걸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버려진 아이에게 시선이란 사치, 아니, 날카로운 칼날이었기에.

 

 단순한 시선만 있었다면 다행이지만 따라붙어오는 욕설과 이어지는 폭력은 사람을 위축시켰다. 작아지고, 작아지고, 자신을 버려두고 외면하며 죽이던 삶의 끝에는 성인이 된 자신이 있었다. 이름이 뭐니? 덥수룩해진 머리카락 사이로 잘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려온다,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는 여성의 목소리. 이름을 계속 물어오는 그 목소리. 입술을 괜히 짓이기면 새어나오는 비린 향속에서 기억이 피어났다.

 

 


*




나의 기억은 불온전하다. 단지 처음부터 보이는 세계가 추잡하게 일그러진 뒷거리는 아니었다는 것, 나의 이름, 나이. 그리고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다지 성숙한 나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어째서? 중얼거리듯 허공에 작게 속삭인 말에 대답할 사람은 없었다. 버려졌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기억의 끝에는 손가락 끝에서 퍼지는 온기였다. 낯설게만 느껴지는 사람의 온기. 하지만 안정되는 냄새. 그리고 누군가가 내뱉는 말.

 

루이스. ……, 네 동생이 생긴다면 이름도 생각해뒀어.”

 

억압된 기억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떠올리려하면 이상할 정도로 흐릿하게 보이는 여성의 입이 작게 열리는 모습을 단지 바라만 보고 있다. 거울을 보면 떠오르는 푸른 머리카락과, 나를 바라보는 붉은 눈빛. 따스한 그 눈빛에 목소리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무엇을 말하는지 안다는 것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켜서, 몇 번이고 되뇌어 익숙해진 발음을 입안으로 중얼거려본다.

 

샬럿, 인가.”

? 누구야, 그건.”

, . 하하. 최근에 읽은 책에서 나온 이름이요.”

 

멍하게 떠올리고 있는 와중에 생각을 소리 내 이야기한 건지, 의아하게 다가오는 시선에 약간 시선을 내리며 웃어보였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 유난히 그때의 자신이 떠오른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유약했던 자신, 버려진 아이였고, ……능력이 있는 능력자. 그 두 가지 조건만으로 모든 사람의 시선은 이유 없이 공격적이었다. 현재는 충분히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그때는 각박한 세상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기분이 가득했다. 특히 추운 날에는 더더욱 그랬다. 자신이 가진 능력 때문에 추위에 어느 정도 내성은 있었지만, 눈이 쌓이면 새하얀 모든 것이 자신을 짓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 그 단어에서 이끌어진 모든 단어에 좋은 기억들이 많지 않다는 게 조금 우습지만.

 

쓸데없이 감성에 젖은 사이에 밖은 이미 하얗게 물들어있었다. 영국은 언제나 일정하게 눈이 쏟아져 내렸다. 더러워진 거리를 씻어내는게 아닐까싶을 정도로. 지겹게 내리는 눈을 조금은 지루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날씨면서도 오히려 사람들은 기뻐하며 소란스러웠다. 메리크리스마스. 직접 듣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용한 건물 안까지 스며든다.

 

, .

 

밖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시계가 묵직하게 존재를 알렸다. 벌써 2시였다. 의미 없이 손에 쥐고 있던 책을 덮었다. 슬슬 출발하지 않으면 트리비아와의 약속에 늦을지도 몰랐다. 능력을 써서 이동한다면 훨씬 여유가 있었겠지만, 그다지 능력자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시선을 끌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문을 열자 조용한 세상에 소리가 섞여들자 조금은 기분이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기분전환을 하듯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 기지개를 펴고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자, 이편저편에서 알록달록한 장식이 시선을 끌어댔다.

 

모두가 축복하는 날이었다. 날씨를 비웃는 것처럼, 오늘만은 어른의 손을 잡은 어린이들이 단체로 많이 보였다. 들떠있는 분위기에도 이상하게 가라앉는 마음을 어떻게든 가볍게 해보기 위해 어깨에 멘 가방 안의 내용물을 떠올리며 어깨를 으쓱여봐도 쉽지 않았다. 표정이 좋지 않으면 분명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할 텐데. 한숨을 삼키며 걸어가던 거리 위에 익숙한 모습이 있었다.

 

눈을 돌려 바라본 시선의 끝에는 작은 소녀 두 명이 보였다. 한쪽이 굉장히 익숙한 얼굴이었기에 유난히 시선이 갔던 걸까. 두껍게 옷을 겹쳐 입고 따뜻하게 후드를 뒤집어 쓴 소녀의 옆모습은 신문에서도 떠들썩했던 르 블랑가의 상속인이었다. 분명 마를렌, 이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해맑은 표정으로 팔을 휘젓는 모습은 사진에 찍혀있던 조금은 우울한 아이의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쾌활한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아이의 모습에 조금 웃어보였다. 조금은 적대적인 소속의 아이였지만, 어린아이를 대상으로는 그렇게 감정을 피워 올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또 오늘은 즐거운 크리스마스이기도 했으니까.

 

빨리 이쪽으로 와, 샬럿!”

아아, , 언니! 천천히 가요…….”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따라서 시선을 옮기자 마를렌과 조금 비슷해 보이는 옷을 걸친 아이가 어색한 듯 달려오고 있었다. 아주 평범하고 흔한 이름. 평소라면 그저 웃어 보이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을 대화였지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난 후여서 일까. 그냥 발걸음을 뗄 수 없어 멍하게 그 아이를 바라보고 말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이었다. 후드를 뒤집어썼지만 비집어져 나온 머리카락은 자신과는 조금 다른 색이었지만 익숙한 머리색이었다. 그와 어울리는 붉은 색의 눈. 거울을 본다기보다는, 누군가를 떠올리는. ……기억속의, 사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발을 뻗어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눈 때문에 발소리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뽀득거리는 소리만은 잘 들렸는지 의아하게 다가오는 마를렌의 시선과 눈이 마주쳤다. 무례하다는 것도, 막산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지만 이미 행동하고 있는 것을 멈출 의지는 없었다. 놀란 듯 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자 그것을 방해하듯 눈앞에서 물방울이 터졌다. 그 자그마한 소리에 놀라 살짝 손을 놓은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작은 팔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아저씨는 누구예요? 저희는 지금 바쁘다고요!”

 

인상을 찌푸리며 아이를 보호하듯 양 팔을 뻗어 보이는 마를렌이 무언가를 말했지만, 그 팔 뒤로 지은 아이의 얼굴에 시선을 빼앗긴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앳된 얼굴이었지만 이상하게 흐릿한 기억속의 사람을 생각나게 했다. 어머니, 제대로 생각나지도 않는 어머니.

 

……듣고 있어요? 아이참, 그냥 가자, 샬럿!”

네 이름이, 샬럿이야?”

……, ? 네에.”

샬럿, 그런 거 대답해주지 마. 이상한 사람이잖아!”

 

고개를 이쪽으로 향하기는커녕 오히려 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작은 목소리는 이상하게 뚜렷하게 들려왔다.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일말의 가능성을 놓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저 입을 다물었다.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묻고 싶었지만, 이제 와서? 라는 물음밖에는 솟아나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관계없는 아이일지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 아이를 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성은?”

? …….”

아저씨, 듣고 있어요?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세요!”

……모르, 겠어요…….”

 

어색하게 대답하는 아이의 표정에 당황스럽다는 감정이 만연했다. 화가 난 다른 그녀의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그렇게 보고만 있자, 마를렌이 불쾌하다는 듯 아이의 팔을 잡고 걸어 나가는 것에 어색하게 말을 하고 말았다.

 

……나는 루이스야. 루이스. 성은 몰라.”

?”

무시해, 샬럿! 그보다 빨리 가자! 정말 늦겠어!”

 

내가 한 말이 의외였는지 눈을 크게 뜨며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아이는 계속해서 이쪽을 돌아봤다. 그 아이가 겹쳐 입은 옷자락 사이에서 헬리오스의 문양이 보였다. 헬리오스에 있는 아이인걸까. 눈앞에서 멀어져가는 아이 두 명의 모습이 사라져갈 때까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옷 위로 눈이 쌓이는 것이 느껴졌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작은 희망을 손에 붙잡은 기분이 들어 실감이 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일까.”

 

아직도 작게 남은 아이의 작은 뒷모습과 기억속의 흐릿한 여성의 목소리가 겹쳐 올라서, 여전히 차가운 손가락 끝을 조금 털어냈다. 끝에서 떨어져나온 결정이 쌓인 눈 위로 떨어져내렸다.


[아카코/스바코] 독서중 명탐정코난

 





 “재미있네요, 코난 군은.”

 

 스스로도 알고 계신 거죠? 덧붙여 들어오는 말에 미간을 좁히며 읽고 있던 종이에서 눈을 뗐다. 무슨 소리예요? 질문에도 더욱 휘어지는 입매가 도드라지게 눈에 들어올 뿐. 여상스럽게 손에 쥔 찻잔을 입가에 들이키는 그는 자연스럽게 반대 손에 쥔 책을 집어드는 행동을 했다. 의아함에 고개를 까딱여도 미동 없는 표정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 애써 불편한 기색을 감추며 보고 있던 홈즈, 그 비망록의 흔적을 눈으로 쫓으려 고개를 박았고, 끊어진 기억을 잇듯 순식간에 이야기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무릎에 느껴지는 가벼운 감촉만 아니었다면.

 

 가볍지만 자신의 존재를 확연히 알리는 그 감각에 다시 고개를 들어도 달라진 건 멈춘 내 손에도 일정하게 넘어가는 책의 소리가 침묵위에 배어들었다는 사실뿐이었다. 분명 무언가가 친 감각이 있었고, 책상 밑에는 아무것도 없을 터인데. 그런 곳에서 무언가가 이렇게 정확히 내 무릎을 두드릴 리가. 짧게 맨다리에 닿았던 감촉을 선명하게 느껴보려는 양 무릎을 쓰다듬었다.

 

 …있었다. 단 한 가지 이유가 있을 법했다. 익숙한 느낌을 가진 한 물체를 가지고도 전혀 티는커녕 저를 없는 사람취급중인 상대의 슬리퍼를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본다. 여태까지의 그라면 슬슬 표정을 읽고 직접적으로 말을 꺼낼 사람이지만, 무슨 바람인지 작정한 듯 한 상대에게서 답이 나올리는 없었다. 입술을 툭 내밀고 애꿎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쳐도 오히려 그에 맞춰 빠르게 넘어가는 종이를 보니 한숨만이 새어나왔다.

 

 “스바루 씨,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글쎄요. 저는 딱히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 도대체 뭐가 불만……. 문득 머릿속에서 튀어 오른 생각에 입술을 짓이기며 가시처럼 이곳저곳을 찔러대는 불만이란 익숙지 못한 감정을 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도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기에. 상냥한 말투에 덮인 위화감은 필시 익숙한 이의 것이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어물대는 걸 눈치 챈 듯 가늘게 뜬 눈과 시선이 맞았다.

 

 “무슨 하고 싶은 말이라도?”

 

 그건 이쪽이 할 말이잖아요? 나름대로의 호소를 담아 눈을 깜빡여도 어울리지도 않게 고개를 갸웃하는 모양새에 켁, 진심이냐고. 혼잣말로 비명을 내질렀다. 저 얇은 막 건너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사람으로선 상상도 되지 않는 괴리감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두 명만 있을 땐 굳이 연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에도 습관을 들이겠다며 굳이 거절한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발군의 연기였다. 속으로만 혀를 내두르고 딱딱하게 굳은 안면근육을 미미하게 움직여서 미소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것을 지어보였다.

 

 평소엔 눈을 마주치고 물어보면, 혹은 서로 통하지 않을 웃음을 지으면 넘어갈 그런 타이밍인데도 무엇을 위해 이리도 말을 끄는지 본심을 꿰뚫기 어려웠다. 대강 흘러갈 방향은 예상이 가는데도 유난히 이 남자의 속은 보이지 않는 물속의 깊이를 재보는 느낌이다. 어림짐작한 감각으로는 무엇도 끝나지 않을 것 같고, 저 잠든 사자의 불편한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도 썩 좋진 않다.

 

 “글쎄? 혹시, , 저한테 무슨 냄새라도 나는 건 아니겠죠?”

 “약간요, 길거리에서 귀여운 고양이랑 뒹굴기라도 한건가요?”

 “뭐어, 이런저런. 길에선 여러 종류의 동물을 만나니까요.”

 

 에둘러 표현한 말이 아슬아슬하게 수용범위에 들어갔는지, 찻잔이 탁자위에 가지런히 놓였다. 과연 이거였나. 표정은 나름대로 숨기고 있지만 역시 움직임이 어색했던 건가, 아니면 정말 희미한 혈향이라도 느낀 건가. 확실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하교도중에 경찰차에 쫓기는 범인과 마주치고 가벼운 사고가 있던 것뿐이니까. 흉기를 들고 도주하던 범인은 궁지에 몰린 쥐처럼 흥분한 상태였고, 나는 어린아이의 몸이라는 본분을 망각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누누이 조심하라고 말씀드렸는데. 코난 군은 작으니까요.”

 “누가 작다는!!”

 “또래 아이들보다는 작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정도로 가볍고.”

 “…….”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걸 보고 반사적으로 몸을 물렸으나, 소파와 소파사이에 걸림돌이 될 만한 물체는 탁자이외엔 없었고 그것이 성인남성에겐 방해물이 될 수 없었다. 순식간에 들리는 몸에 놀라 몸을 버둥댐과 동시에 찾아오는 격통에 잘 감추고 있던 표정이 와르르 무너졌다.

 

 “저런, 많이 아픈가요?”

 “아니, , …….”

 

 말은 그렇게 하면서 몸을 들어 올린 손이 정확히 상처부위를 압박했다. 순간 찾아오는 강렬함에 숨을 들이켜고 다급하게 몸을 지탱하는 손을 두드리고 풀어내기 위해 애를 썼다. 위험해요. 그가 의식적으로 힘을 주는 걸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지만, 입 밖으로 띄엄띄엄 새어나오는 말은 단어도, 문장도 되지 못하고 뭉개졌다. 체중까지 상처위로 쏠려 어깻죽지가 새삼스럽게 존재한다는, 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안색이 말이 아니네요.”

 “스바, , …….”

 “잠시만 기다리세요. 구급상자를 가져오죠.”

 

 한참을 반항도 못하고 버둥대다 상처에서 솟아난 열꽃이 몸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가고, 끝끝내는 눈가에 퍼져나가기 시작해서야 묵묵히 그를 내려놓은 남자는 아무 일도 아니란 것처럼 태연하게 대답했다. 고통을 삭히며 가늘게 뜬 시야가 몇 번이나 가볍게 점멸을 반복하자 어색하게 이어붙인 테이프처럼 클로즈업 된 남자의 손에 작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하얀 구급상자가 들려있었다.

 

 “, 들어볼래요?”

 

 이미 스스로 하겠다는 생각이고, 뭐고, 기진맥진해진 사고가 묵묵히 의견을 따랐다. 그게 꽤나 만족스러웠는지 겉의 얇은 후드점퍼를 벗기고 티를 걷어낸 어깨엔 어색하게 둘러진 붕대위로 붉은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익숙하게 척척 붕대를 풀고, 상처를 확인하는 그에게 신경을 쓸 여력은 들지 않았다. 그저 멍한 머리로 평소보다 과격하게 대응한 그에게 의아함이 들 뿐이었다. 이 행동은 확실히, ‘오키야 스바루라는 사람으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이 대학생은 누구와 똑 닮아 예리한 통찰력을 지녔기에.

 

 “앞으론 조심하세요. 세상엔 위험한 어른들이 많으니까요.”

 “……누가 할말을.”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된 듯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손길에 방금 전과 같은 의도는 느껴지지 않았다. 짙은 숨을 뱉으며 퉁명스럽게 뱉은 말에 무슨 소리냐는 듯 한쪽 손을 턱에 가져다대는 남자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한 대만 때려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할거란 생각도 들지 않지만 후환이 두렵기에 실행하진 않을 이야기지만.

 

 “그래서, 이것 때문?”

 “그렇다면요?”

 “평소답지 않으셔서요,”

 

 하루 이틀도 아닌데. 방금 전 들어 올릴 때 떨어진 건지, 양탄자위에 놓인 책을 불편한 자세로 집어 올리며 말하자 제 자리에 앉으려던 남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 이건 말하지 말걸. 그렇지만 틀린 말도 아니기에 어깨를 으쓱해보이자 소파에 몸을 진득하게 기댄 그는 가벼운 손길로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그렇다면 이쪽의 이야기라면 괜찮겠지?”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눈을 제대로 뜬 것만으로 앞에 있는 사람의 이미지가 순식간에 뒤바뀌는 모습은 상당히 기이했지만 오히려 익숙한 느낌에 몸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쪽도 자연스럽진 않은데요, 아카이 씨.”

 “아가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전혀 이야기를 안 하니까.”

 “굳이 말할 필요가 있었나요?”

 

 다시 만지지만 않았어도 불편함이 약간 있을 뿐인 상처였고, 이정도의 사건은 일상과 다름없었다. 단지 그뿐 아니라 다른 누구에게도 말할 생각은 없었다. 이야기해도 되돌아올 대답들이 대강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같은 내용일 테니까. 그 가설을 증명하듯 눈앞의 남자도 무심한 표정으로 타박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좀 더 자연스럽게 연기하도록 해. 눈치채달라는 의미, 아니었나?”

 “아카이 씨나, 아무로 씨 같은 분 말고는 눈치 채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분명.”

 “아가는, 당황하면 과장하는 버릇이 있으니까 말이다.”


 한마디를 넘어가는 법이 없는 언사에 부루퉁해졌지만 녹록히 넘어갈 상대가 아니었다.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내다꽂는 말이 눈에 보인다면 분명 몇 번이나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졌겠지. 이래봬도 몸만 어린아이일 뿐, 성인에 가까운 정신을 가진 사람의 취급으로는 주위의 행동이 과보호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 정도는 아니었잖아요. 이번에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한손으로 먼지를 털어낸 책을 조금은 억지로 잡았다. 다친걸 들켰으니, 굳이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 책을 들고 아예 소파에 누워버렸다. 썩 좋지 못한 모습이란 건 알지만 읽던 책을 놓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원래는 본인의 집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상대도 한 꺼풀 벗었으니 이쪽까지 더 격식을 차리려는 기분은 지금 와서야 물거품처럼 꺼져버린거다.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은 최대한 무시하겠다는 심산으로 몸은 반대쪽으로 돌리는 걸 잊지 않았다. 읽던 페이지가 고통에 약간 구겨져있다. 어릴 적부터 서재에 있던 오래된 책이라 생활흠집이 생기지 않는 게 이상하지만, 그래도 안타까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차마 넘기진 못하고 조금이라도 펴내기 위해 종이를 만지작댔다.

 

 “아가, 숨기려면 제대로 숨겨야지.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눈이야, 그건.”

 

 허망하게 책을 복구시키는 데에 집중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가깝다는 걸 뒤늦게 눈치 챘다. 누워있는 상태에서 책이 눈앞에서 허망하게 들려나갔다. 갈 곳을 잃은 손과 시야의 빈자리에는 진득하게 달라붙는 진초록의 눈동자가 내려앉았다. 단지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내려다보기만 하는 행동에 아무것도 못하고, 불편함에 몸을 일으키려 해도 그의 한 손으로 가볍게 저지당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눈동자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그 감각이, 마치 심연으로 잠겨 들어가 머릿속 안까지 탐색당하는 느낌에 눈을 감고 말았다.

 

 “이젠 슬슬 궁금해져서 말이지, 어정쩡하게 숨긴 비밀은 열어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니.”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진 게 시야를 가려도 느껴졌다. 몸이 굳는 걸 느끼며 더욱 강하게 눈을 감았다. 의미가 없는 행동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감각을 차단할 수 있을 것처럼. 그걸 본건지, 한참 아무 반응이 없어 슬그머니 한쪽 눈을 뜨려는 찰나, 장난이었다는 듯 감은 눈꺼풀 위를 가볍게 쓸고 검지로 미간을 꾹 누른 그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건너편의 자리로 돌아갔다. 어색하게 몸을 일으키며 그쪽을 보자 다시 이쪽을 본 그는 평범한 대학원생이 되어있었다. 처음의 표정으로 돌아간 그의 눈은, 그럼에도 방금 전과는 달리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와 닿기 시작했다.

 

 “긴장하세요, 언제 어디서 무슨 동물이 튀어나올지 모른다고 했잖아요?”







[헨리멜빈] 사이퍼즈

너모 길어졋다
사실 더 쓰고싶은 게 있었는데 오늘 안에 다 쓰기로 마음먹었고 12시면 자야하므로 지금 업로드하고 나중에 갈아엎던가 해야겠오




 동물의 체내구조는 꽤나 복잡하고도 간단한 메커니즘으로 되어있다. 각 근육의 조화로운 움직임, 세포의 연동. 쉴 틈도 없이 움직이는 바쁜 운동 사이에서 일부의 장기가 멈추면 단숨에 무너져 내리는, 마치 도미노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또 세포에 새겨진 정보를 교란시키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이해했을 때는 내가 단지 초등학교를 들어갔을 무렵이었다.

 

 항상 할아버지의 실험실에서는 알 수 없는 소리가 가득했다. 쇠가 맞물리는 날카로운 소리와 세포조직을 헤집는 특유의 물기어린 소리와 그에 어울려 묻어나는 내음.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생물이 뿜어내는 그 짙은 냄새가 굳건히 닫힌 두꺼운 철문을 넘실댔다. 지금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벽을 쓰다듬으며 종종 그곳을 떠올린다. 시각적으로는 절대 볼 수 없도록 숨겨진 비밀스러운 방. 그 때문에 오히려 자극적이라도 하던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보지 않아서 궁금한 판도라의 상자처럼.

 

 그곳은 함부로 들어와선 안 된다고 몇 번이고 이야기를 들었다. 어릴 적엔 자의든 타의든 꽤나 성실하게 행동했다고 지금에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굳이 말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진 못하지만, 만약 말하게 된다고 하면할아버지의 말은 절대적으로 따라서, 평소라면 그 문을 보기는커녕 그 앞을 지나가지도 않았다. 유일한 친구였던 토끼의 흔적을 찾아 헤매던 그 때가 아니었다면.

 

 고된 하루 일정은 익숙해져있었고 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 일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흙을 가지고 놀고 있던 아이에게 어제 용기를 내어 겨우 이야기를 나눴던 아이가 다음날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간다던지,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할아버지 이외의 가족이 남겼다고 하던 투박한 오르골을 내 손으로 찢어발기고 모든 조각이 눈앞에서 차가운 금속음을 내는 기계로 재조립해버린다던지. 닳고 닳은 우물에선 물이 솟아오르지 않는 것처럼 무덤덤한 일상이었고 나는 그에 수긍했다. 하지만 단 한가지만은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었다. 유일하게 함께한 나의 작은 친구.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항상 그곳에 있던 아이는 털 한 올마저도 남기지 않았다. 바닥에 놓여있던 밥그릇이 있어야 할 곳에는 카펫이 깔려있었다. 그것을 보자 마치 어딘가가 고장 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벼이 생각을 전부 날려버리고 집안을 뒤지며 헤맸다. 작기도 작았지만 지나치게 움직이지 않아 쪼그라든 폐를 쥐어짜고, 지쳤을 때는 조금씩 쉬면서도 눈을 계속 굴렸다. 온기조차 남지 않은 모든 집안에서 남은 장소는 한곳뿐이었고, 어느새 두려움을 밀어내고 자리 잡은 넘치는 호기심과 강렬한 자극에 침을 삼키며 문손잡이를 움켜쥐었었다. 눈앞에서 펼쳐진 풍경과, 똑똑히 들려오던 사랑스런 친구가 내뱉는 째깍임.

 

 

 

 드라이버를 돌리던 손을 멈추고 고글을 벗어 내렸다. 인상을 찌푸리며 내려다본 손은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눈에 보일정도로 제 감각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쥐고 있던 제피를 탁자에 던지듯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딱히 먹은 건 없었지만 금방이라도 위에서 무언가가 차오르는 느낌에 목구멍이 막히는 기분이 든다. 째깍, 째깍. 어디선가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소리가 주변의 고요를 집어삼키고 부피를 늘려간다. 째깍,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려고 고개를 든 순간 세상이 한 바퀴 돌았다.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를 비웃듯 한쪽 뺨을 타고 오르는 한기와 평소보다 유난히 무거운 몸에 그제야 스스로가 넘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째깍. 일어나려고 애를 써도 역으로 모든 힘이 쭉 빠져나갔다. 몸을 꿈틀댈 여력도 남지 않아 몸을 축 늘어트린 상태 그대로 눈동자만 움직였다.

 

 조금 곤란하네. 항상 위험한 상황이 오기 전에 경고음을 울리던 제피LR을 찾으려고 해도 이내 책상위에서 분해된 채로 수리를 기다리고 있단 것을 깨달았다. 영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최근 제피의 미미한 오작동이 늘어나 이를 고쳐야한단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정작 행동하기엔 너무 성가시고 귀찮은 점이 많아 여러 가지 변명으로 일을 미루고 있다가, 몇 시간 전에 제피L이 리첼의 방에서 그녀의 마이크를 엉망으로 만드는 바람에.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나온 잔소리에 등떠밀려 방에 강제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멍한 시야의 구석에 거꾸로 뒤집어진 채 하늘을 향한 의자의 바퀴가 아직도 느리게 구르고 있다. 의자가 넘어질 정도였다면 큰소리가 났을 텐데도 왜 자각하지 못한걸까. 아직도 쟁쟁하게 울리는 째깍임에 그 생각도 이내 묻혀버렸다.

 

 누군가가 도와주러 오지 않으려나. 바닥에 닿은 얼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한숨을 삼키고 가만히 누워있자니 기계를 고치는데 큰소리가 난다한들 기계를 수리하는 도중에 새어나오는 소리라고 생각하지 엔지니어가 쓰러져있단 생각은 하지않을거란 사실을 깨달았다.

 

 문까지의 거리는 단지 자연스러운 걸음으로 다섯 번만 걸어도 다다를 만큼 가까웠지만 걷기는커녕 자리에 앉을 힘도 없었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기 힘든 몸뚱이에 입술을 물어뜯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평소에도 평균과는 한참 동떨어진 체력을 가지고 있던 주제에 이제와 몸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칭얼거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렇지 않았대도 이젠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찾아올 것 같지도 않고, 마냥 기다린다고 체력이 쉽게 돌아오지도 않는다는 건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도움을 청할 것이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기 전에 했어야겠지. 이미 목소리를 낼 힘은 남아있지도, 남아있었다고 해도 낼 생각도 없었다. 머리 한구석이 마비된 듯 두뇌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멈추지 않고 들려오는 톱니바퀴소리에 세뇌당한 머릿속이 결국 텅 비어버렸다. 눈꺼풀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워지기 시작해 아예 눈을 감았다. 시각을 차단하자 더욱 짙어진 소음에 몸을 맡긴다. 차가운 기계덩어리의 안에 가라앉은 몸을 갈무리하지도 못하고 떨어져내렸다.

 

 

 

 

 

 째깍째깍, 손에 닿은 작은 생명에선 인위적인 향기가 났다. 생물이 내뿜는 열기와, 특유의 향내가 아닌 인공적인 기름의 냄새. 째깍째깍, 나만의 친구, 단 하나뿐일 친구.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해주고, 입력한대로 움직여주는 나의 하인. 감각을 지워버리고 남은 자리에 존재해온 것은 무엇이지. 알아야 할 필요가 없어서 뒷전으로 미뤄두었던 그것은? 빙글빙글 도는 톱니바퀴에 끼어서 사라질 것만 같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붉은 폭죽. 시큼한 오일 향기. 죽여, 죽여야 해. 자극적인 향에 긴장한 위가 울렁였다. 네 손으로 죽여. 너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라. 달라? 무엇이? 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 사방으로 휘어지고, 바닥에 뒹구는 안구는 번쩍인다. 랭커스터. 아아, 사랑스러웠던 붉은빛. 손에 닿은 부분부터 붉게 타오르는. 신비할 정도로 길쭉한 귀, 구멍 난. 몸뚱이를 그러안았다. 양손으로 움켜쥔 그것은 입을 벌리고 말했다. 째깍. 비명이 경고음으로, 경고음이 목소리로, 누구의? 찢어지는 소리에 널브러진 귀를 틀어막았다.

 

 “멜빈!”

 

 귀를 막은 손을 잡아오는 손길에 눈을 떴다. 열린 문틈에서 들어오는 빛이 눈부셔 인상을 찌푸리자, 그걸 알아챘는지 얼굴을 다른 손으로 가려주는 배려에 조금은 감사하며 드리워진 그림자의 주인을 찾아 고개를 살짝 돌렸다. 곱실대는 금발이 문밖의 빛을 받아 반짝이고 바깥에서 막 돌아온 듯 차가운 공기를 휘감고 있는 그는 어둠속에서도 여전히 푸른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마나 이러고 있었던 걸까. 누워있는 상태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창가는 은은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한 오후 11시정도 되려나. 6시간, 정도일까. 굳은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고민하고 있으면, 조심스럽게 얼굴에 닿아오는 차가운 손길에 눈을 찡그렸다.

 

 “이런, 미안해. 방금 돌아와서 좀 차가우려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하게 그를 쳐다보고만 있었지만 이내 자신의 심정을 대신 말해줄 제피가 책상위에 분해된 상태로 놓여있다는 걸 깨닫고 작게 괜찮아, 라고 대답하자 다행이라는 듯이 환하게 웃어 보인 그는 일어날 수 있겠어? 라며 바닥에 쓰러진 내 몸을 조심스럽게 부축해서 일으켜주었다.

 

 “세상에, 얼마나 이러고 있던 거야. 몸이 차갑잖아.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아무도 찾지 않은 거지?”

 

 그 말을 하며 문밖을 노려본 그의 행동에 문 너머에서 당황한 리첼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작게 고개를 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여전히 차가운 손의 감촉에 흠칫했지만 조금 더 강하게 힘을 줘 쥐어보이자 한숨을 쉬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그는 넘어진 의자를 바로 세운 뒤에 나를 앉히고 방문을 닫고 불을 켰다. 갑자기 밝아진 주위 환경에 양 눈을 찌푸렸지만, 작게 여러 번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익숙해져 눈을 제대로 떴을 때엔 평소와 같이 나른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이야?”

 

 멀리에 있던 또 다른 의자를 끌어와서 내 반대편에 앉은 헨리는 팔짱을 끼고 물었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을 말한다고 과연 어디까지 믿어줄까, 끽해야 정신병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텐데. 무엇보다 귀찮고. 슬쩍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딴청피우지 말라며 얼굴을 잡아오는 손길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냥 갑자기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그래. 항상 제피가 체크해줘서 나태해져있었어.”

 “내가 그럴 줄 알았지, 내가 그러니까 평소에도 뭐 좀 먹고 운동도 좀 하라고 했잖아. 그러다가 진짜 몸 삭는다.”

 “최소에너지는 섭취하고 있고,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해결해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괜찮잖아.”

 “그래도 안 돼. 걱정된단 말이야.”

 

 단호한 말에 급격히 피곤해지는걸 느끼며 뚱하게 퉁명스럽게 너, 굉장히 리첼같아. 라고 중얼거리자 용케 알아들었는지 큰소리를 내며 화를 내서 반사적으로 놀라 눈을 감았다. 그 모습에 한참 반응이 없다가 이내 내 가볍게 이마에 손가락을 튕긴 그는 빨리 제피나 고치라고 손짓했다. 고개를 끄덕이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놓여있는 도구와 제피들을 손에 쥐었다. 나사를 풀다 만 상태로 놓여있어 혹시라도 잘못된 건 아닌가 고민했지만 그렇게 쉽게 손상될만한 재질도 아니란 걸 알기에 어깨를 으쓱했다.

 

 철판을 고정하던 나사를 모두 풀어내고 안의 단자를 조심스럽게 확인하는 와중에 여전히 느껴지는 시선에 눈을 돌리자 아직도 여전히 그 의자에 앉아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헨리가 보였다. 이상할정도로 안절부절못하는 게 뭔가 잘못이라도 한 어린애 같아서 무표정으로 쳐다보자 그런 느낌은 더욱 강해졌다. 불쾌한 일만 아니면 좋을 텐데. 별 이상이 없는 듯 한 제피 L의 세밀한 기계장치에 브러시로 가볍게 먼지를 털어주고 분해했던 순서 그대로 조합을 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완전하게 조립한 뒤 전원을 켜자 몇 초 뒤에 화면에 표정이 나타나며 파닥거리며 날아오르는 모습에 안심하며 제피 R에 손을 댔다.

 

 “할 말 있어?”

 

 똑같은 방식으로 R의 상태를 확인하는 와중에 시야의 아슬아슬한 끄트머리에서 이젠 안절부절못하는 상태를 넘어서 다리까지 떨기 시작한 모습에 어이가 없어 고글을 낀 채로 말하자 움직임이 멎는 게 보여 이제 좀 가만히 있으려나. 하며 오롯하게 제피R에게 관심을 쏟아 이상하게 연결이 약해진 부위를 조정하고 다시 원래대로 복구시킨 후에 고글을 벗고 난 후에야 바로 옆에서 그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오랫동안 한 곳을 보느라 뻐근해진 목을 이리저리 풀며 말을 걸자 답지 않게 무언갈 고민하는 것 같아 옆에서 퍼덕이고 있는 제피L을 가볍게 던졌다. 반사적으로 공을 받듯 제피를 잡은 헨리는 자신을 알아보고 반가운 것처럼 자신의 주변을 날아다니는 제피L을 보며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턱을 괴고 그 모습을 보고 있자 스스로의 모습을 자각한 건지 헛기침을 하며 멈춘 그는 자신의 어깨 위에 앉은 제피L을 쓰다듬으며 반대쪽 손으로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찾아 내밀었다.

 

 “뭐야?”

 “놀이공원 표, 이번 주 주말이야.”

 “그래?”

 

 별로 크게 관심 가는 주제는 아니었는지라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입술을 삐죽 내민 그는 제피L에게 무언가를 꿍얼댔지만 신경 쓰진 않았다. 제피R의 가동도 원활하게 되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서 문을 향하려고 하는 날 붙잡는 손목에 머리를 헤집으며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싶은건지 말하라고 손을 휘저었다.

 

 “같이 가지 않을래?”

 “귀찮아. 피곤하고, 춥고.”

 “그러지 말고, 너 한 번도 놀이공원 가본적 없다고 했잖아.”

 

 그의 간절한 몸짓에 눈썹을 치켜들며 대답했다.

 

 “굳이 밖에서 물리적 가속도와 높이, 관성, 각 재료들의 화학적 조합을 체험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방법이 아니어도 알 수 있는 방법은 많은데. 만들어볼까.”

 “로맨틱하지 못하긴. 그런걸 느끼려고 하는 건……맞지만. 좀 더 다른 느낌이라고.”

 “어디가?”

 “같이 놀러 가면 좋잖아.”

 

 의미를 모르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자 옆에서 제피L이 액정에 ? 모양을 띄우며 의문의 표현을 찾는 음성을 뱉어냈다. 자주색 점퍼에 손을 넣고 깊은 한숨을 내쉬던 그는 빤히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 저 눈빛은 항상 예전의 작은 친구를 떠올리게 해서 쉽게 거부할 수 없었다. 인상을 찌푸렸지만, 평소에 그가 나에게 대해주는 걸 생각하면 한번쯤은 자신도 그의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썩 내키진 않지만 등가교환이지. 탁자 옆에 놓인 식은 머그컵을 홀짝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표정이 풀린 그는 그럼 토요일 오전에 마중 나올게! 라고 기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아왔다. , 상관없나. 그의 밝은 모습에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나왔다. 네가 기쁘면 괜찮을지도. 옆에서 날아다니던 제피R이 기쁨의 표현을 찾으려는 것을 손목의 스위치를 눌러 막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

 

 …전에 했던 생각들 다 취소. 피곤함과 울렁이는 속에 벤치에 앉아있어도 세상이 찌그러진 것처럼 보였다. 옆에서 괜찮냐고 토닥이는 헨리의 손이 마치 악마의 손길 같아 째려보자 어색하게 웃었다. 머리에 쓴 괴상한 동물 머리띠도 던져버리고 싶지만, 그렇게 했다간 그의 텐션이 하루 종일 내내 텐션이 내려가 있을 것만 같아 차마 하지는 못하고 속을 썩였다. 신선한 체험이라면 체험이었다. 이미 머릿속으로는 어떤 느낌일지 전부 계산을 하고 따라 탔지만, 그것을 생각하는 것과 실제는 달랐다고 해야 하나. 처음 회전목마나 범퍼카까지는 그저 그렇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 이후의 놀이기구의 덕분에 완벽하게 깨져버렸다. 롤러코스터를 타고나서부터 울렁이는 속을 삭이고 있으니 미안하다며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더 타자는 그의 말에 그대로 벤치에 눕고 싶었다.

 

 “정말 꼭 타야만하겠어?”

 “, 이건 놀이공원에 오면 꼭 타봐야 하는 거니까.”

 “……하아, 빨리 타고 돌아가자.”

 

 알겠다며 손을 이끄는 그를 따라 힘없이 질질 끌려간 곳 앞은 여러 가지 색으로 알록달록하게 칠해져있는 관람차였다. 관람차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앞에 바글 하게 모여 있는 인파에 진저리가 난다. 눈앞에서 돌아가는 관람차의 자리는 총 8. 적어도 우리 순서가 오기 전까지 타야하는 사람들은 적게 잡아도 30명은 되어보였고, 한 번에 타는 최소 인원수인 2명으로 잡는다고 하면, 관람차가 돌아가는 속도와 사람들이 갈아타는 속도까지 대입한다고 쳐도 다 타기위해서는…….

 

 “헨리, 역시 포기하자.”

 “여기까지 왔잖아. 조금만, ?”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긴 줄을 보며 한숨을 뱉어도 옆에서 어깨를 두드리며 달래는 헨리의 행동에 아무런 반박도 못하고 그 옆에 얌전히 서있는 수밖에 없었다. 입에서 새어나오는 입김이 눈앞에 아른댄다. 추위에 몸을 움츠려도 여전히 엄습하는 한기에 눈을 꾹 감았다.

 

 “멜빈?”

 

 옆에서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손길에도 고개만 저으며 어깨에 엉성하게 두른 목도리 사이로 얼굴을 파묻자, 얼굴 한쪽을 꼬집는 손길에 눈이 번쩍 뜨였다.

 

 “하지 마…….”

 

 추위에 신경이 둔해져 고무 같은 느낌이었지만 미미하게 느껴지는 아픔에 살짝 노려보자 몸을 약간 숙이고 눈높이를 맞추던 그는 목에 두른 목도리를 풀어헤쳤다. 노출된 목에 닿는 공기에 어깨를 바르르 떨며 인상을 찡그리자 목도리를 깔끔하게 펴고 절반으로 접어 다시 내 목에 매주는 행동에 무슨 말을 쏘려고 했던 입을 다물었다.

 

 “제대로 매. 추우면서 그래.”

 

 얌전히 목도리에 입을 묻고 말을 아껴도 심정을 대신 말해줄 제피는 아마 전원이 꺼진 채로 고이 방의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찬 공기가 닿았던 느낌은 아직도 남아있어 주머니에 쑤셔 넣은 손을 더욱 깊게 집어넣으며 몸을 웅크렸다. 주머니에 넣어둬도 시려운 손가락을 꼼지락대고 있으니 방에서 나를 반길 난로가 떠오른다. , 따뜻한 집에 있고 싶어. 사람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도 않고 시간은 너무나도 길게 느껴진다.

 

 “많이 추워?”

 

 고개를 끄덕이자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한 손을 턱밑에 대고 신음을 흘리던 그는 이내 결심한 듯 다가왔다.

 

 “뭐해……?”

 “, 이러고 있으면 따뜻하지 않을까 싶어서.”

 

 뒤에서 양팔로 끌어안는 손에 어이가 없어 묻자 천진난만하게 나오는 대답에 말을 잇지 못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고 묻자 바깥공기보다 자신의 체온이 더 따뜻하니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하는 말에 어이가 없어 반박을 못하고 있으니 강해지는 힘에 팔을 들어 가볍게 명치를 툭 건드리자 알겠다는 것처럼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줄을 기다리는 동안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말하고 이쪽에서 조용히 듣는 방식이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자신의 여동생, 캐럴의 이야기부터 첫 임무를 나갔을 때의 이야기물론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 정도로 뭔가 중요한 내용을 알고 있는 분위기를 풍기긴 했지만 큰 관심은 없었다.라던가, 한 이야기의 주제가 떨어지면 다른 이야기로, 또 다시 다른 이야기로. 실을 이어가듯 조심스러운 발언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이야기는 뒷전으로 흐르고 그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집중을 하게 된다. 차분하고 안정된 목소리.

 

 “그래서 내가……, 듣고 있어?”

 

 잠이 올 것 같아 뒤에 있는 헨리의 몸에 서서히 체중을 실었더니 정수리를 가볍게 두드리는 감각에 어깨를 늘어트리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뭐가 또 문제인지 한 번 더 강하게 끌어안는 느낌에 뱉은 숨이 눈앞에서 뿌옇게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제발 말로 해. 그러다가 목소리 잊어버리겠다.”

 “추운걸.”

 

 여전히 감각이 둔한 손가락을 만지작대며 말하자 그걸 알았는지 그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장갑을 벗어 건넸다. 고개를 저었지만 손에 닿은 부드러운 감촉을 이기기는 힘들었다. 방금까지 끼고 있던 덕에 온기가 남아 표정이 풀리는걸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덜 춥게 이야기를 해.”

 “……말하는 게 에너지 낭비.”

 “또 그런다, .”


 속으로 혀를 내밀고는 거의 끝에 다다른 줄이 얼마나 더 남았나 계산하기 위해 눈동자를 굴려는 찰나 팔을 움찔대며 다가오는 모습이 끄트머리에 걸렸다. 설마 하는 느낌에 몸을 슥 뒤로 빼자 뺨을 잡으려는 손길을 겨우 피했다. 어이없어하는, 당황한 얼굴로 눈썹을 추켜올린 그에게 슬쩍 입 꼬리만 슬쩍 올려주자 약이 오른 건지 소리를 높이며 어떻게든 차가운 손을 몸에 대려고 난리를 치는 그를 피하기 바빴다.

 

 “저기 손님, 뒤에서 다른 손님들이 기다리십니다.”

 “그렇다는 데.”

 “, , ! 너 진짜. 빨리 가자.”

 

 정신없이 장난치는 걸 피하는 와중에 저 멀리서 언짢게 이쪽을 바라보는 남성의 표정에 몸을 움츠리며 헨리를 손가락으로 꾹 찌르자 뜨끔한 표정으로 대답을 한 그는 이마를 찡그리며 내 손을 잡았다. 속도를 내는 발걸음에 천천히 가라고 투덜댔지만 들리지도 않는 건지 성큼성큼 내딛는 발걸음을 종종대며 따라잡았다. 눈앞에 놓인 철제기구는 멀리서 볼 때보다 더욱 불안해보였다. 표정을 굳히며 정말로 타야겠냐는 표정으로 먼저 탄 헨리에게 시선을 보냈지만 시간이 없다며 재촉하는 목소리에 어쩔 수 없이 발을 올리자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끼익 거리는 금속음을 냈다.

 

 천천히 중력을 거스르는 느낌과 여전히 찝찝한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그것을 아랑곳 않고 밖을 보며 경치자랑을 하는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힐끗 본 풍경은 사진으로 본 그것과 비슷했고, 큰 감흥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여전히 불안한 장치에 몸을 맡긴 불안감에 발을 구르지도 못하고 괜히 손을 만지작댔다.

 

 “맘에 안 들어?”

 “조금.”

 

 그는 내 찝찝한 표정을 읽은 듯 어색하게 웃어보이곤 이내 입을 다물고 창밖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한참 말하던 사람이 조용해지니 좁은 공간 안에 끼릭대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이상한 기분에 멀뚱하게 그의 옆모습을 보다 그의 시선을 쫓아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방금 전과는 조금 다른 풍경, 점점 물들어가는 하늘에 반항하듯 조금씩 커지는 놀이기구들의 불빛들이 묘하게 화합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뭐가 다른 거지? 입을 일자로 굳히고 이유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훑고 머리를 굴려 이모저모를 따지는 와중에 손을 잡는 감촉에 현실로 끌려 나왔다.

 

 “멜빈.”

 

 평소와 달리 가라앉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 표정과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잘 어울려서 구부정하게 있던 허리를 빳빳하게 세웠다. 이상한 감정이 심장에 일렁였다. 드디어 속이 안 좋다 못해 그쪽까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스로도 비상식적인 상상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그 위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헨리와 있으면 모든 게 이해를 할 수 없는 일 투성이었기에.

 

 “대답해줘, 멜빈.”

 “?”

 

 계속 얼굴에 와 닿는 시선이 바늘이라도 된 건지 따끔거려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괜히 고개를 돌리고 그만하라는 의미로 내 손을 잡은 손을 털어내려했지만 놓지 않겠다는 결의라도 한 건지 미동도 하지 않는 손에 얼떨떨하게 다시 눈을 마주치자 그 눈동자는 여전히 평소의 활기찬 느낌과는 다른 감각이 공허한 문을 비집고 나왔다.

 

 “나랑 있는 거, 불편해?”

 

 예상치도 못한 말에 눈을 크게 떴지만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한 그는 눈짓으로 대답을 촉구했다. 애초에 싫었다면 같이 나오지도 않았을 걸 알면서. 입을 다물어도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행동에 제피의 존재를 간절하게 떠올렸다.

 

 “……싫지는.”

 “지금은? 이렇게 내가 말하는 것도 불편하지 않아?”

 “불편하다기 보단.”

 

 헨리가 뱉은 말에 스스로도 생각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답을 뱉어내고는 다시 말이 멈췄다. 무슨 말로 표현해야 좋을지 몰랐다. 내뱉어보지 않은 언어는 단지 지식에 불과했고, 그것을 더듬어가며 구체화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푸른 눈을 깜빡이며 긴 시간의 감별을 묵묵하게 침묵으로 기다렸다.

 

 “어색하다고 할지.”

 “……그래? 그럼,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건?”

 

 손을 잡은 채 벌떡 일어서자 불안정하게 기체가 약간 기울었다. 눈을 따라 들자 옆으로 다가와 앉아 급속하게 눈과 눈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었다. 이것 또한 예상하지 못한 일인데. 무의식적으로 어깨를 움츠리며 몸을 뒤로 물렸지만 넓지 않은 공간에서 그건 큰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움직임이 그에게는 큰일이었던 걸까. 어색하게 웃는 표정으로 여태 잡았던 손을 쉽게 놓아버리곤, 그 안에서는 씁쓸함이 번져나갔다. 그 모습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서, 스스로 먼저 손을 붙잡았다.

 

 “나쁘진 않아.”

 “정말로?”

 

 의외의 행동이었는지 눈을 크게 뜬 그는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에 이상하게 일그러진 표정을 급하게 감추려는 것처럼 얼굴을 손속에 파묻었다. 이미 다 봤는걸. 의미를 알 수 없는 행동에 당황해 우물거리다 예전에 그가 나에게 해줬던 일을 떠올리며 구부린 등을 어색하게 쓰다듬었다. 그에 잠시 멈췄던 떨림이 강해져 멈추지도 못한 채로 계속 등을 토닥였다. 그 손틈 사이로 이상한 감각이 새어 들어와서 반대쪽 손으로 심장에 손을 얹었다. 두근, 두근. 뛰는 소리가 기긱거리는 기계소리를 덮어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막상 말하려니 힘이 드네.”

 “그래? 네가? 의외네…….”

 

 떨림이 잦아든 등이 평소처럼 펴졌지만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새어나온 목소리에 보이지 않는 물기가 배어있었다. 일렁임이 심해진 가슴에 뇌까지 기능을 저하시켰는지, 그 얼굴을 보고 싶었다. 답지 않은 행동에 피식 웃으며 등을 쓰다듬던 손을 그의 머리카락으로 옮겼다. 투명하지 않을까 싶을 연한 빛의 금발은 창백한 전구의 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그의 웃음처럼. 반짝반짝 거렸다.

 

 “나라고, 모든 걸 다 말하지는 않으니까.”

 

 알고 있어. 무덤덤한 말을 속으로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가, 여전히 고개를 들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괜히 머리카락으로 장난을 쳤다. 여전히 반응 없이 바닥을 보고 있는 시선에 심통이 나 더 심하게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말기도 하고, 만지작대자 그제야 하지 말라는 것처럼 손으로 내 손을 밀어내는 행동에 그 손을 다시 맞잡았다.

 

 “그렇다면, 말하면 되잖아. 들어줄 수 있어.”

 “……네가?”

 “조금이라면.”

 

 정말 안 어울리는 거 알지? 어깨를 들썩이며 하는 말은 평소처럼 웃음기가 담겨있어서 텅 빈 손으로 그의 옆구리를 쿡 찌르자 그제야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상하게 일그러진 표정, 눈물로 뒤덮인 얼굴 속에서 평소처럼 반짝이는 파란 눈동자, 하늘같이 반짝이는 예쁜 눈. 창밖의 작은 반짝임을 담아낸 듯 한 그 눈동자가 눈물로 덮인 게 너무 안타까워서 답지도 않은 행동을 했다. 손가락이 그의 눈물로 젖어갔다.

 

 “나는, 나는.”

 “…….”

 

 탁하는 소리와 함께 앉아있던 자리가 크게 흔들렸다. 그제야 창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밖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남녀의 표정이 묘하게 변해가는 것을 보고는 너나 할 것 없이 몸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관람차의 문을 열고 빠르게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나도 모르게 바람 빠지는 풍선 같은 소리를 냈다.

 

 “이상하네, 오늘은.”

 “뭐가?”

 

 이런 곳에 이 시간까지 나와 있고. 이런 너의 모습도 보고. 뒷부분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채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평소에는 의식할 일도 없던 하늘을 저 단순한 기계 하나에 탔다는 이유 하나로 시선을 빼앗겼다. 의식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었다. 마치 너의 닿아오는 손길이 이상하게 따뜻하다는 걸 느낀 것처럼.

 

 “나는. , 그런 모습도, 싫어하진 않아.”

 “……나도야.”

 

 내가 무슨 행동 했었어? 의아하게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눈가만 빨갛지 않다면 방금 전 그 일은 있지도 않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짱한 얼굴을 한 너는 평소처럼 씩 웃으며 말했다.

 

 “나도 너의 그런 모습도 좋아해.”

 

 망가진 네 모습조차도. 무언가를 꿰뚫은 말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에 바빴다. 오늘은 유난히 몸의 이곳저곳이 바쁘잖아. 차가운 손을 가슴에 얹었다. 모든 사실을 들킨 것처럼 이상한 기분이 온몸을 뒤덮었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그게 너여서? 웃는 표정의 너를 보고 따라 웃었다. 그 날은 유난히 날이 찼고, 나는 너의 장갑 한쪽을 나눠끼고 장갑을 끼지 않은 손을 맞잡은 채로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나란히 감기에 걸려 앓았던 기억이 선명했다.

 

 


 

 그래, 지금까지도 선명했다. 그 후에 받은 편지조각을 몇 번이고 읽어 내렸다. 이리저리 구겨지고 젖었다 말라 뻣뻣해진 그 편지의 끄트머리에는 네가 적어내린 마지막 말들이 가득 차있었고, 그 말은 여전히 피부아래에서 꿈틀댔다. 나도야, 나도 그랬어. 대답을 들을 상대가 없는 말은 공허하게 허공에서 녹아내린다. 따뜻한 날이었다. 때에 맞지 않는 눈이 내렸고, 나는 여전히 혼자 대답을 중얼거렸다. 눈이 쌓이고, 쌓여서 네가 있는 곳을 덮어 내렸다. 차라리 저게 비였다면, 내가 담은 감정을 다 씻어 내릴 수 있다면. 긴 금발이 흩날렸다. 익숙한 옷을 입은 뒷모습에서 흘러내리는 감정이 도로 차올랐다. 다시 돌아오면, 제대로 이야기해주기로 했잖아. 빨리 돌아와. 헨리.

 

망가진 네 모습조차도 사랑할 수 있어.

 

손에 쥐어진 종이쪼가리가 또 다시 젖고 잉크가 의미를 알지 못하게 번져버렸지만 내용만은 바래버리지 않고 손 안에 남아있었다.


1 2 3 4 5 6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