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용혜진] 닿지 않을 사람에게 보내는 진혼가 검은방

2012.07.23












[준용혜진] 닿지 않을 사람에게 보내는 진혼가







   

멍한 정신으로, 과거를 회상해본다. 끝없이 떠오르는 사람을 그린다.

   

 시간이 지났어도, 그때의 일은 아직까지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물속에 빠질 계획은 없었다. 그저 신중히 균형을 잡다 점점 엘리베이터 룸과 가까워지자 조급해져 실수로 발을 삐끗한 것 뿐이었다. 약간의 비틀어짐으로 순식간에 물속으로 가라앉는 몸뚱이에 나도 모르게 당황해 무의식적으로 물 밖으로 손을 뻗었다.

 

 풍덩.

 

 물에 빠지자마자 차가운 물이 온몸의 신경을 자극하며 파고들었다. 으슬으슬 거리는 몸에 빨리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무게 추라도 단것처럼 무거워진 몸이 쉽사리 움직여주지 않았다. 올라가려 발버둥 쳐도 오히려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산소가 부족해 숨을 쉬려고 할 때마다 목구멍으로 들어오는 물과 조금씩 침식하듯 살금살금 몸을 조여 오는 고통에 어쩌면 이렇게 이곳에서 끝나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강민 그 작자는, 나 같은 건 어떻게 되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아니 구하러 오지도 못하지. 그리고 저들사이에 차오르는 물속에 뛰어들 만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냥 사이좋게 손잡고 하늘로 가는 행위라는 걸 물에 빠진 당사자도 이렇게 알고 있는데 위의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겉으로만 좋게 대하며 속은 새카만 가식을 떠는 역겨운 사람들, 허강민이 목표물로 삼을 정도의 를 가진 놈들은 더더욱 속이 썩어문드러졌겠지. 나도 마찬가지지만. 조이는 목을 부여잡으며 몸과 다르게 한가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마음속 반 정도는 이미 발버둥 치는 것을 포기하고 어차피 죽을 거라면 차라리 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일이 끝나도 나는 여전히 백선교에서. 상상하고 싶지 않다.

 

 윙윙거리는 귓가에서 다른 소리가 들려온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을 때,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힘, 그리고 물속에서는 생소한 따뜻한 사람의 미온이 한 손에서 느껴졌다. 놀라 뻑뻑한 눈을 억지로 살짝 뜨고 바라본 시야에는, 힘겨운 듯 한 표정으로 나를 애써 잡아끄는 서준용의 모습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친거아냐? 분명히 이 남자도, 방금 전의 상태를 보았을 때 이식받은 간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나를 구하러 온 거지?

 

 알 수 없는 의문이 속속 머리를 쳐드는 가운데, 마음 한가운데가 알 수 없는 따뜻함에 휩쌓이는게 느껴졌다. ? 산소부족때문이 아닌 다른 쪽으로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으며 맞닿은 손에 힘을 주어 잡자, 놀란 듯 흠칫하던 손이 이내 결심했다는 듯이 풀렸다. 당황해서 눈을 약간 더 뜨고 보자 이미 시야에 그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두고간건가? 그러나 금방 어떤 상황인지 알아챘다. 누군가가 등을 밀어 올려주는 감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힘을 받은 몸은 위로 상승하기 시작했고, 나는 갑작스레 솟는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그와 함께 열심히 발을 움직여 수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

 “혜진씨!”

 

 수면위로 고개를 내밀자 탁, 하고 트인 호흡에 말도 못하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자, 나를 향해 뻗어 오는 손이 있어 부축을 받으며 가까스로 다리 위로 몸을 누일수 있었다. 주저앉아 헉헉하고 계속해서 숨을 내쉬며 삼킨 물을 토해냈다. 격하게 쏟아져 나오는 물에 안 그래도 아픈 눈에서 생리적인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그런 모습이 안쓰러워보였는지 양수연이 옆에 와 등을 툭툭 두드려주고 있었다. 가식떨지마. 재수 없는 여자의 모습을 째려보며 손을 탁소리나게 쳤다. 네 할 일이나 잘해. 라고 말하는걸 알아본 건지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고개를 돌리는 양수연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얼마정도 물을 토해내니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다. 그제야 주위의 상황을 판단할만한 여력이 되어 주변을 확인해보았다. 다들 있는데 서준용이 없다. 지금쯤이면 올라와야 했을 정도로 흐른 시간에도 보이지 않는 모습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조급함이 차올라 눈길을 강수혁에게 돌리자, 그도 무언가를 가늠하는 듯 한눈을 찌푸리고 물속을 지켜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왜 구하려고 하지 않느냐는 따지는 말을 내뱉으려는 찰나 팟하고 드는 생각에 몸을 굳혔다. 그래, 이 물에 사람을 구하러 뛰어드는 건 자살행위다. 자살행위인데. 왜 이리 아프지? 당장이라도 구하러 들어가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를 것 같아서 입을 틀어막고 눈을 감고 조용히 호흡했다. 진정해야한다. 어차피 저 사람은 이곳에서 죽게 될 거야. 그 시기가 다가오는 것뿐이다. 스스로 되뇌인 말에 괜히 마음만 아파졌다.

 

 “푸핫! 쿨럭.”

 

 이미 끝났을 거라고 체념해 가슴 한곳이 바늘로 찌르는 듯 쿡쿡 찔려오는 고통을 참아내던 때에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살아있어! 이런 벅차는 감정을 얼마 만에 느껴본지도 모를 만큼의 환호와 안심되는 기분이 가슴속을 가득 채웠다. 어느새 고통은 말끔히 사라져있었다. 벌떡 일어나 가까이 다가가자 축축하게 젖은 새파래진 안색으로도 나를 보며 애써 괜찮냐고 묻고 아무 말 하지 않았음에도 다행이라며 마치 어린애처럼 웃는 모습에는 오히려 기가 찼지만, 왠지 밉지 않았다, 싫지 않았다. 오히려처음의 무감각함이 사라지고 비틀거리는 뒷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왔다. 좋지 않은 징조인데, 그걸 알면서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

 

 “준용아!!”

 

 그것 때문일까, 분명히 곧 보게 될 것을 알고 있던 그의 시체를 본 순간 철렁 내려앉는 가슴과 동시에 양수연에게 지울 수 없는 분노가 향해졌다. 밉다, 너무 미워서 참을 수가 없다. 양수연에게 향한 분노를 곱씹다보니 어느새 분노는 허강민을 향해있었다. 어째서 이 사람이 이런 곳에서 죽어야해?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간을 이식받았을 뿐일 텐데. 그게 그렇게 큰 죄가 되는 건가. 하지만그를 죽이는 것에 동참한 사람도 자기 자신이 포함되어있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제일 잘못된건 나인가? 혼란스럽게 끝없이 떠오르는 생각의 줄기를 자르고 눈을 내리깔고 괜히 아랫입술을 강하게 물어뜯었다. 아직 온기가 남은 손을 잡고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눈을 감고 기도했다. 부디 이 사람은천국에 가게 해주세요. 그리곤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다시는 이런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을거라고.

 

 

 

 

 

 ‘제 안색이 그렇게 나쁜가요?’

 

 욕지기가 치밀어오를 것 같은 고통과 멀어져가는 감각, 그럴수록 더욱 아른거리는 바보 같은 사람의 모습에 눈을 감는 순간 눈물이 와르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아서 오히려 눈에 힘을 줘 부릅떴다. 아직도 목소리가 아른댄다. 고개를 휘휘 젓고는 지금 자신의 상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자기가 무슨 터무니없는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뭐 하러 저런 남자를 밀치고 혼자서 깔려버린걸까. 스스로 떠올려보아도 평소의 자신과는 다르다.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한적은 그때밖에 없다. 그때도 바보같은 짓을 했지. 두 번 다시는 바보짓 안하기로 결심했는데, 그런데. 무덤덤하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하는 모습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는 어린애같은 모습에 마치 익숙하게 떠오르는 한 바보 같은 남자의 모습과 그가 너무도 겹쳐보여서, 내려오는 벽을 보며 나도 모르게 몸이 먼저 움직여버렸다.

 

 “죽지않을거죠?”

 

 닿을지도 모르는 말을 뱉었다.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적어도강성중, 그 빌어먹을 남자에게만은 굴복하지 마세요. 당신은 감정이 없는 괴물 따위가 아니니까. 그렇죠? 애써 이렇게 살려놨는데 쉽게 죽어버리면 나중에 용서하지 않을 거야. 대신 죽어주는거니까 내 몫까지, 아니 준용이 몫까지 살아보는건 어때? 근데 참 웃긴다. 죽을때가 가까이 온다는걸 알고 나니까 왜 당신에게 이런 걱정이 되는걸까. 죽기전에 준용이에게도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먼저 기다리고 있을게요.”

 

 쓸데없는 생각이라며 생각하며 그 후는 먹먹해지는 머리로 아무 말이나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다. 이젠 자기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스스로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정도로 감각이 멀어져있었다.

 

 “지옥에서.”

 

 마지막 말은, 차마 큰 소리도 내지 못할 정도로 약해진 몸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되뇌듯 내뱉었다. 그래, 나는 지옥으로 떨어져버려야 한다. 나 같은 여자는당신을 다시 만날 자격 따위 없다. 알고 있는데도.

 

  “다시 한 번만, 만나고 싶어.”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으면. 아니, 차라리 다음 생이 있다면, 그따위 거지같은 밀실이 아니라 평범한 한 여자와 한 남자로 만날 수 있다면, 그때에는.

 

 “, 말하고 싶어.”

 

 구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좋아한다고.

 입으로 웅얼대며 무거운 눈꺼풀을 닫는다. 마지막 꿈을 꿀 수 있다면, 너의 모습을 보고 싶어. 손에 쥔 안경을 놓지 않으려 애쓰다 영원히 깨지 못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귓가에 그토록 듣고 싶었던 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물속에서 잡았던 그 손이, 다시 한 번 손에 닿은 듯한 기분이 들어 살며시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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