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샹바레] 쇼우하키병 사이퍼즈

쇼우하키병 소재 써봤어요. 짧음.







 날카로운 파편이 목구멍을 긁어낸다. 뜨거운 감각이 목구멍부터 서서히 올라와 눈가까지 잠식해 울컥 치솟아 오르는걸 애써 다시 가라앉혔다. 다시 삼켜버린 결정이 위장 안에서 굴러다니며 금방이라도 배를 뚫어낼 것 같았지만 차라리 그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잊을 법만 하면 튀어나오는 연하늘빛의 보석이 비웃는 것처럼 나는 벗어나지 못한다고 속삭이는 것 같아서, 내뱉은 짙은 푸른색이 스스로 인정해버리는 것만 같아서. 촉촉해지는 눈가를 차가운 물으로 지워 내렸다. 세면대에 물이 넘쳐흘렀다. 차라리 저 물에 얼굴을 박고 죽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거울에 비친 내 눈동자는 이미 본래의 색은 찾아볼 수도 없이 연하늘빛으로 잠식당했다.

 

 쿨럭.

 

 예기치 못한 고통에 세면대에 고개를 숙이자 후드득 떨어져 내리는 붉은 액체사이에 푹 절은 연한색의 보석들이 고인 물속에 빠져들었다. 아지랑이처럼 퍼져나가는 피 속에서 투명하게 제 빛을 내기 시작하는 보석. 아콰마린이었다. 3월의 아름다운 보석. 초록빛의 눈동자가 스쳐지나간 것 같아 눈앞이 아득해져 화장실에 넘어질 뻔 한걸 이를 악물고 버텼다. 언제부터였냐고 물어도 본인도 알 수가 없었다.

 

 

 

 

 

 기억조차 흐릿해지는 그 어릴 적부터 심장 밑 부분에 자리 잡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던 게 얼마인지, 말을 걸면 환하게 반겨주는 미소에 고개 숙이던 게 얼마 전인지 기억할 리가 없었다. 그때부터 작게 쏟아지던 파편들은 가면 갈수록 냉정해져가는 네 모습처럼, 나에게 내뱉는 모진 말처럼 나를 할퀴었고 나는 그것을 참아냈다. 가끔씩 과거처럼 손을 뻗어주는 네 웃음이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그것만으로도 나는 좋았다. 마치 고통을 인내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랬는데,

 

 네가 시뇨리아 광장에서 나를 남기고 등을 돌렸을 때, 나는 죽었다. 너무도 날카로워진 파편에 목이 뚫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쓰러져서도 쉴 새 없이 새어나오는 날카로운 파편에 심장이 난도질당해 피를 흘렸다. 차라리 그 때 죽어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눈을 뜬 곳은 텅 빈 내 방이었다. 얼마간의 시간동안 누워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붕대, 아니 밴드하나 붙지 않은 몸에 링겔만이 꽂혀있어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미 나는 얄궂게도 네가 나에게 준 능력으로 죽지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내가 쓰러진 사이에 병원에 옮겨졌던 모양이다. 몸을 일으키고 훅 올라오는 현기증에 침대헤드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차에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목소리가 관자놀이를 후려쳐 얼굴을 찌푸렸다. 소란스레 등장한 피에르에게 뭐라고 말을 하려 했으나 그 표정에 말을 삼켜야했다. 눈동자는 잘게 떨리고 있었다.

 

 “원래 눈동자가 하늘색이 아니었다며?”

 “…….”

 “언제부터였어.”

 “…….”

 

 그저 숨을 고르기에 바빴다, 아니. 대답하고싶지않았고 그럴만한 가치도 없었다. 남은 건……. 점점 일그러지는 피에르를 볼 수 없어 말없이 고개를 숙였지만 그것을 조롱하듯 갑작스레 목구멍으로 역류하는 고통에 컥, 하는 억눌리는 소리가 절로 났다. 하얀 이불에 노란 위액과 피, 그리고 그 안에서도 깨끗해 보이는 파편이 굴러 떨어졌다.

 

 “.”

 

 그 모습을 보니까 눈물이 날거 같아 파편을 가리듯 움켜쥐자 모래가 되어 손가락사이로 흩어졌다. 마치 너의 마음 같아서 정말 울컥해버렸다. 놀란 듯 가까이 다가온 피에르의 표정에 핏기가 사라졌다. 나는 그저 이불을 쥔 손에 힘을 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더 이상은 위험하다했어. 카포.”

 

 한참의 침묵 후에 들려온 말에 마주친 그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액체 하나하나가 진주가 되어 흐를 것같이 안타까웠다. 그의 말이 맞았다. 나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많이 와버렸고, 그 때문에 한번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포기해, 말할 수 없으면 포기하면 괜찮아. 제발, 제발…….”

 

 내 마음을 꿰뚫어본 것처럼 간절하게 속삭이는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 내가, 잊는다? 까미유를? 텅 빈 머리에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 행동에 얼마나 그가 절망할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였다.

 

 나의 시작은 그에게서부터 빛을 맞이했고, 그로 인해 어둠을 맞이할 것이었다. 나는 그 수순을 밟고 있는 것뿐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한 어둠속을.

 

 작게 중얼거린 말에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나가는 피에르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이후 카모라를 나오고도 그를 찾는 일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매일같이 함께 갔던 펍을 찾아가고 그의 소식을 들으며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처절하다 해도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스스로가 보기에도 자기가 얼마나 비참해보일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끈거리는 고통이, 흩어지는 파편이 너의 얼굴로 변해 말했다. 나를 포기하지 마, 라고. 그 한마디가 어릴 적의 너를 떠올리게 한다. 멈출 수 없게 했다.

 

 지금도 여전히 개인적인 연락을 할 수 없었다. 가끔, 아주 가끔. 환상속의 도시로 뛰어든 지금에야 겨우 공식적으로나마 멀리서 너를 볼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을 향해 환하게 미소 짓고 매너 있는 말을 내뱉는 너를 보며 깨달았다. 어쩌면 지금이 가장 행복할지도.

 

 

 세면대에 받아둔 물을 내렸다. 피 때문에 붉어진 물이 배수구로 빠져나가며 잔여물을 남기고 사라졌다. 남아버린 아콰마린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아직 결정의 형태를 유지한 그것에 입술을 맞췄다. 부디, 너에게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모래가 되어버린 보석을 조심스럽게 방안에 있는 상자에 털어 넣었다.







3월의 아쿠아마린. 젊음과 행복을 상징한다고 하죠. 까미유 생일이 3월이라 아쿠아마린으로 해봤습니다 '~' 근데 뭘쓰고싶었는지... 사실 수능치고 책도 읽기싫고 글도 하도 안써서 다시 시동좀 걸어볼겸 짧고 빠르게 글써봤는데 확실히 어색한점이 많네요. 뭐 수정은 안할거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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