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붕
초두효과. 사람의 뇌는 후에 입력된 정보보다 처음에 입력된 정보에 더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을지라도, 자신이 본 것과 들은 것만을 믿고 상대를 그 편협한 시선 안에 구겨 넣고 바라보려한다. 누군가는 강렬한 첫인상에 상대에게 설렘을 느꼈다고도 하고, 깔끔한 옷차림에 준수한 외모에 좋은 인상을 받는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눈앞의 남자는 반쯤 성공한 셈이었다. 그저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불쾌하군. 상대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면 추잡하게 숨어있지말고 기어 나오도록.”
상황과 상대의 문제일까. 형제와는 다르지만 그 자태는 여전히 홀든가의 일원이라고 외치는 검을 조용히 고쳐 잡고 상대를 향해 겨누며 말했다.
오늘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최대한 조용히 적과의 마찰 없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왕이면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건지 알고 저지까지 하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검의 형제 기사단만의 힘으로는 현재의 안타리우스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기에 가장 빠르고 민첩하게 활동할 수 있는 나만이 몰래 릭의 도움을 받아 본거지에 진입해온 것이었는데. 정보를 가져오지 못해도 좋으니 멀쩡하게 돌아오라고 당부했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한숨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건물의 그늘 밑에서 신속하게 달려가던 찰나에 귓가에 무언가를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와 인상을 찌푸리며 조용히 허리에 찬 칼손잡이를 잡았으나 그 반응보다 빠르게 시야 밖에서 썩 밝지 못한 거리의 그림자에서 짧게, 그리고 강력하게 빛이 스쳐지나갔다. 갑작스러운 빛에 당했나, 싶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는 몸에 갸웃하던 것도 잠시. 희미한 빛이 아직도 망막에 남아 눈의 뒤편에서 번쩍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가 지키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가 무슨 능력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습격을 받다니. 심장을 찌르는 익숙한 감각에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도 껌뻑이는 불빛에 시야의 주도권을 뺏긴 불쾌한 느낌을 억지로 표정 안에 쑤셔 넣으며 건방진 추격자가 사라진 그늘에 칼을 겨눴다. 굉장히 짧은 시간에 공격을 받았다는 것을 깨닫고 한구석에서 전율이 흘렀지만, 치명상을 입히지 않은 것에 얕보이고 있다고 생각해 분노가 차올랐다. 무엇보다 내 능력에 이길만한 상대는 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기에 새어나오는 조소를 눌러 막았다. 보이지 않는 적에게 경고하고 전투자세를 취했으나 여전히 조용한 반응에 조용히 호흡을 죽였다. 그쪽이 나서지 않는다면 이쪽이 먼저다.
기합조차 내지 않고 조용히, 빠르게 휘두르는 두개의 검에 저 멀리서 깜빡이는 가로등의 빛이 번쩍였다. 눈을 감았다 뜨는 짧은 순간, 적의 숨통을 노리는 노련한 칼날이 피를 향해 달려든다. 이 검에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뿜으며 쓰러져왔다. 이번 또한 틀리지 않을 거라 신용하고 보이지 않는 적에게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또다시 번쩍이며 어디론가 사라진 적에도 침착하게 발에 힘껏 힘을 줘 몸을 틀어 벽을 향해 내질러지던 검의 방향을 바꾸었다.
“성질도 급하셔라. 생각보다 다른 모습에 잠깐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틀린 것 같진 않네요. 과연, 홀든가의 둘째, 섬광의 벨져라 이겁니까. 역시 붙은 코드네임은 장난이 아니군요.”
“네놈은 누구냐.”
“글쎄요, 제가 그걸 하나하나 설명해드릴 정도로 한가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붙잡아서 말하게 할 뿐이다.”
조용히 몸에 걸친 얇은 망토를 벗어 바닥에 내던지는 것을 보고 휘파람을 불며 터프하시군요. 하는 소리에 불쾌함이 혈관을 기어올랐다. 여전히 그림자 속에 모습을 숨기고 있는 상대에게 좋은 느낌이 들기는 만무했고 오히려 적이 위협을 하는 상황에서도 여유가 넘치는 목소리에 장난감이 된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 이 벨져를, 섬광의 벨져를 얕보는 건가. 기분 나쁜 목소리의 주인에게 바닥에서 으드득 소리가 나도록 힘을 줘 도약했다. 가속도에 팔 힘을 더해 앞으로 강하게 내지른 칼끝에 무언가가 닿은 느낌이 든 것도 잠시, 목에 닿은 차가운 손길과 뒤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베어봤자 옷 정도였다는 걸 깨달았다.
“섬광이라지만, 그저 신체강화능력이지 않습니까. 속도에서 진짜 빛을 이길 리 없죠.”
“빛능력자인가. 안타리우스에서 그런 강화능력을 만들어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그깟 강화인간과 비교하다니요, 전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무엇에도 엮이지 않습니다. 단지 의뢰를 받을 뿐.”
그의 말에 안타리우스의 본거지로 추정했던 루사노 수도원 주변에 지나칠 만큼 사람이 없던 이유도 이해가 갔다. 입구 쪽은 평소와 같이 경비인원이 배치되어있었지만, 주변지역은 그렇지 않았다. 원래라면 숨 막힐 정도로 강화인간과 복제인간이 사방에 깔려있었을텐데도 유난히 쉽게 잠입할 수 있던 이유가.
“믿음직한 경비견인가보군. 안타리우스에서 시끄러운 졸하나 배치하지 않은 걸 보면.”
“사냥개취급입니까, 오히려 늑대에 가깝습니다만. 정확히 하면 늑대도 아니죠, 무리지어 사냥하는 건 제타입이 아니거든요.”
“똑같이 개과에 속하는 건 인정하는군. 빌어먹을 털뭉치같으니.”
뭐가 재미있는지 나의 말에 쿡쿡대며 여전히 여유롭게 이죽거리는 녀석의 얼굴에 주먹질이라도 하지 않으면 성이 풀릴거같지 않았으나, 너무도 쉽게 등을 잡혔다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상대의 능력도 모른 채 달려드는 건 너무 무모하단 걸 얼마 전의 전투로 알고 있었으니 쉽사리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건 나를 죽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으니 웃기는 일이군. 이를 갈며 고개를 숙였다. 긴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 훑어본 상대는 빛을 등지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으나, 상대의 상태를 보아하니 이미 자신의 승리로 판단하고 있는 듯 했다. 마치 그 유약한 결정 능력자를 상대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씩 웃었다. 인간은 오만하다. 특히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아래를 깔볼 때 빈틈이 크게 생긴다. 그를 체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시답잖은 말까지 받아주면서 조금이라도 긴장이 풀리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재밌군요, 동물을 싫어하시는 모양입니다? 홀든?”
“그건 네 알바 아니지. 뭐, 적어도 눈앞의 버릇없이 이를 드러내는 동물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듯하군.”
최대한 상대를 비꼬는 말로 흥분시키려고 했더니 뭐가 즐거운지 더욱 커져가는 웃음에 칼을 쥔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어깨를 들썩이는 순간 목에 닿아있는 손이 느슨해졌고, 그 짧은 틈은 내가 모든 행동을 끝마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빠르게 앞으로 스프링 튕기듯 도약해 가로등을 넘어 또 다른 그늘로, 그늘에서 또다시 어둠속으로. 몇 번을 반복하고 거리를 벌렸다. 적어도 주변이 어둡고 칼을 제대로 휘두를만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격전은 쉽지 않았다. 거기에 상대가 안타리우스에 고용되어있다면 탐색하러 온 적을, 그것도 세간에서 누군지 알고 있는 이름을 가진 나를 알고 있다면 당연히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서로에게 평등한 상태에서 싸워야 상대를 마음껏 짓밟을수있을테니까.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은은한 달빛이 비추는 넓은 공터에 다다랐다.
충분한 넓이에 만족하며 거칠어지는 숨을 조용히 골랐다. 주변의 작은 소음이나 공기에 익숙해지기 위해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이를 한두 번 반복하며 익숙해져가는 주위풍경 바람소리에 섞여드는 조용한 구두소리가 등 뒤편에서 멈추는 소리에 눈을 떴다.
무슨 말도 필요가 없었다. 발소리가 들려온 거리를 가늠하고, 등 뒤로 하나의 칼을 던지고 도약해 그 칼을 붙잡으며 다른 손의 칼을 긋는 힘과 함께 강하게 그었지만 허망한 파공음이 공터에 작게 울렸다. 쯧, 쓸데없이 재빠른 자식. 작게 혀를 차며 전투태세를 갖추고 돌아본 곳에서는 방금 전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달빛을 받으며 씩 웃고 있는 남성의 인영이 보였다. 푸르스름한 달빛에 빛나는 금발이 어째서 눈치 채지 못했을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밝았다. 거만하게 한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로 삐딱하게 서서 반대 손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직사각형의 무언가를 돌리는 녀석은 딱 봐도 진지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리저리 도망만 치는 주제에, 아직도 그렇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다니. 나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해야하는건가.”
“설마요, 그저 실력을 가늠하고 있을 뿐입니다. 홀든가의 낙오자에 대한 소식은 줄곧 들었으니까요. 적어도 그 무뚝뚝한 첫째도련님이나 망나니인 셋째도련님보단 못하겠거니 했더니, 오히려 이쪽이 무언가를 알고 있는 눈치기에 흥미로워서 그만. 불쾌하셨다면 죄송하군요.”
사과한다는 모습으로 고개를 까딱이는 모습이지만 오히려 그 미소와 말속에 담긴 의미가 팍 와 닿아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저딴 놈의 유희거리가 되는 것은 사양이었다.
“너 따위가 홀든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라. 그건 네가 담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담아서도 안 되는 것이다.”
“생각보다 가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신가봅니다?”
“사사건건 말꼬리를 물고 넘어지는군.”
“하나하나 반응하시는 게 재미있어서 말입니다.”
쿡쿡대며 웃는 모습에 인상을 더욱 구기자 그걸 알아챈 건지 다시 아까와 같은 묘한 웃음을 지은 그는 어느새 양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상태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직감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틀었지만 눈앞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발을 피하지 못했다. 강하게 차인 배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흔들려 시야가 흐릿해졌지만 애써 검자루를 잡고 일어서려했다. 오른손의 검은 여전히 쥐어져있었지만 다른 검 하나가 느껴지지 않아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한 순간 등을 거세게 짓밟는 감각에 신음을 내며 다시 눕는 수밖에 없었다.
“제 능력중 하나가 바로 빛으로 표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표적이 범위 내에 있다면 평소보다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죠. 처음부터 느끼시지 않았습니까? 속도로는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요. 뭐, 완력으로도 질 생각은 없습니다만.”
“……꺼져라.”
“이걸 어떻게 한다.”
불쾌함에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다리에 박아 넣으려 했으나, 다른 쪽 발의 가벼운 발길질에 허망하게도 칼을 놓쳐버렸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등에 얹은 발을 잘근대며 누르는 압박감에 신음을 참고 있으며 타개책을 생각해봐도 저 멀리에 떨어져있는 두 자루의 칼이 없는 상황은 생각해본 적이 없던 지라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억지로 붙잡고 있었다. 어떻게든 반응하지 않으면 남은 것은 죽음, 또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뿐이었다. 그리고 본인은 전혀 그렇게 당해줄 생각조차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에 이르러서 답은 하나뿐인가. 이를 악물고 팔과 무릎에 힘을 주어 등에서 누르는 힘에 저항했다. 의외라는 듯이 호오, 하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떨쳐내면, 검을 줍는 것 정도는 쉬웠다. 더욱 강해지는 힘에 고통을 참아내며 약간 몸이 들린 순간, 빠르게 몸을 옆으로 틀어서 발을 피했다. 쉴 틈도 없이 몸의 반동을 이용해 칼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손끝에 칼자루가 닿을 거리에 안도하며 손을 뻗는 순간 휙 들리는 칼에 놀라서 고개를 들자 어느새 다른 한 자루마저 든 채로 나를 내려다보는 그가 보였다.
“이런, 뭘 하나 싶었더니 이걸 그렇게 잡으려고 하시던 거였습니까.”
“그 손 떼라.”
“까칠하기도 하셔라.”
분함에 이를 가는 나를 내려다보던 그는 손을 가볍게 내저으며 웃곤 몇 발자국 멀어지더니 검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의아함에 미간을 좁히자 자신의 이마를 톡톡 치는 모습에 어이가 없어 그를 쳐다보자 어깨를 으쓱해보이곤 처음 봤을 때의 모습처럼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뭐하는 거지?”
“별로, 흥미가 생겨서요. 이제 이 일도 질려가는 참이었고, 여러 가지로 타이밍이 좋으시군요. 아, 그러고 보니 소개를 안했던가요. 제 이름은 루드비히 와일드입니다.”
“궁금하지 않다만.”
그 말에 또 소리를 내며 웃는 모습에 몸을 일으키려하자 어느새 눈앞까지 다가와 뻗는 손길을 반사적으로 쳐냈다. 그럼에도 그는 불쾌하다는 얼굴보단 유쾌하다는 얼굴로 손을 거두고 말했다.
“궁금하지 않아도 곧 듣게 될 겁니다. 만나기 싫어도 만나는 경우가 있듯이 듣기 싫어도 듣게 되는 때가 올 테니까요. …그럼 그때 다시 뵙죠.”
여전히 불쾌한 말들에 한방이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에 주먹을 휘두르려 했으나 그보다 빠르게 뒤로 물러난 그는 가볍게 고개를 까딱이고는 어둠속으로 몸을 감췄다. 하지만 지금 쫓아가봐야 임무도 완수하지 못할뿐더러 이기기에도 힘들었다. 배에서 올라오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며 적이 사라진 방향을 보았다. 짧고 강한 푸른빛이 어둠을 가르는 것을 눈길로만 쫓다가 바닥에 떨어진 검들을 검집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더 이상 지체할 기운도 시간도 없다는 것을 체감하며 공터 가까이에 있는 벽의 그늘 안으로 숨어들었다. 루드비히 와일드. 적어도 다시는 그 낯짝을 잊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직감하며 숨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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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3 :3 호엩
헉헉 시간의 한계를 돌파해서 12시안에 드디어 해냈어..!! 1일 1연성을 작심일일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99 첫날은 석세스야!!!(ㅈ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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