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오만하다. 적어도 나의 입장에서 모든 인간은 제 분수를 모르고 살았다. 남보다 뛰어난 것이 있다면 그만큼 져야할 의무―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도 말할 수 있는 간단한 그것―가 있는 법인데, 자신이 약자면 약자일수록 그것은 뒷전으로 몰아두고 눈앞의 상대적 약자에게 어떻게든 자신의 힘을 휘두르며 그를 일반화했다. 비관론이 아니라, 현재 내 눈앞의 뒷골목에서 어린 꼬마아이를 붙잡고 돈을 빼앗고 폭력을 휘두르는 저 불량배만 봐도 그런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인간들에게서는 냄새가 났다. 돈이 없어서, 집이 없어서, 먹지 못해서, 씻지못해서 나는 그런 냄새가 아닌 생명의 근원에서 썩어 들어가는 지독한 악취가 났다. 굳이 아귀들의 진흙탕싸움에 끼어들고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적어도 휴식처 앞에서 시끄럽게 앵앵대는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질색이었다. 상상만으로도 벌써 피곤해지기 시작하는 눈가를 한손으로 지그시 눌렀다.
아이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 대부분의 이유는 미성숙함을 이유로 어디에나 의지하는 것을 모두가 당연하게 여겨졌고 스스로도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면서도 그를 극복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단지 주위의 환경을 비관하며 그를 빌미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마음껏 해버리는 충동적인 존재가 많았기 때문일까. 미성숙은 당연하지만 그를 스스로의 생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문제가 더 있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유쾌한 기분은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머그컵을 내려놓았다. 할렘가의 길거리는 언제나 시끄럽지만 그렇다고해서 건물들이 방음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공연하게 들리는 장소라는 게 재미있는 점이지만.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도 소문이 덜 난건가.
내가 몸담아온 세상에서 빈민가의 생활은 익숙하다 못해 당연하게까지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 소란스러움과 분위기속에 숨어들어 조용히 살아왔던 자신이 있었고, 그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떻게 본다면 멍청한 일이어서, 시점을 돌려서 본다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도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때로 그런 여유마저 없는 때가 있다. 스스로도 조절할 수 없는 감정의 주기에 휩쓸리고 보면 시끄러운 잡배들을 족치고 있었고, 정신을 차린 남은 잔당에게 이 앞의 거리에서 함부로 싸움이나 비즈니스―적어도 그들에게는―를 한다면 다시는 그런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어느 한곳을 불구로 만들어주겠다고 단단히 말하고 목덜미를 놔주곤 했다.
그 때문에 한동안은 잠잠했는데. 역시 인간은 쓸데없는 곳에서 학습능력이 부족한걸까, 아니면 단지 안이주의인걸까. 점점 물먹은 듯 무거워지는 머리에 얼굴을 구기면서도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손봐줘야 하나, 저번에 한 놈은 분명히 눈을 완전하게 조져놨고, 다른 한 놈은 다리하나를 여러 방향으로 틀어놨는데도 아무렇지 않았던 건가. 그럼 역시 확실하게 끝장내야 소문이 제대로 나려나. 죽이는 건 효과가 없을 텐데. 어떻게 처리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정리하며 좁은 집의 문고리를 잡았다. 어느새 무거운 머리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반사적으로 한 손가락으로 프레임을 돌렸다. 재료들을 눈앞에 두고나면 무슨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생각나겠지. 차가운 문고리를 돌리자 집의 나이를 말하는 것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네…!”
“…………아.”
문을 열자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언성에 인원수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얼핏 들리는 목소리는 남자 4명 정도인 것 같은데. 겨우 그 정도 인원으로 이곳에서 소리를 지르다 못해 싸움까지 하다니, 건방진 행동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유감이지만 썩 좋은 기분은 아니어서, 차라리 기분전환이라도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빠르게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코너만을 두고 점점 가까워지는 목소리를 즐기고 있다 보면, 눈치 채지 못했던 목소리가 그 사이에 섞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치켜뜨며 조잡한 벽돌로 된 벽을 돌면, 목소리와 어울리는 자가 등을 돌리고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글쎄, 내게 네가 그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지껄이는 건가?"
“기생오라비같은게, 아직도 큰소리만 치고 있네. 빨리 가진 거나 내놓고 꺼져!”
그 모습을 보자 가라앉았던 기분이 사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귀찮음에 대충 일처리를 해두고 은신처로 돌아가려 했던 생각도 사라지고, 담에 등을 기대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내 몇 번이고 큰소리와 차분한 음성이 오고 가며, 그 사이에 한 남성의 뒤에 숨어있던 지저분한 꼬마아이가 몰래 무리를 빠져나와 도망가는 게 보였다. 눈이 마주쳤지만 그를 처리하는데 드는 시간보다 그를 관찰하는 시간이 더욱 유익하다고 생각되어 눈을 돌렸다. 작은 발소리가 멀어져가는 것을 들으며 눈에 들어오는 자태를 눈에 담는다.
싸움은 긴 시간이 들지 않았다. 시정잡배들이 정제된 검사의 검을 한합 이상 받아내는게 정상은 아니겠지. 궤적을 그리며 빛을 휘어감아 자태를 남기는 은빛의 긴 머리카락이. 특유의 몸놀림과 빠른 발도술을 더욱 아름답게 미화하고 있었다. 1분도 채 걸리지 않은 짧은 시간에 그는 검을 허공에 한번 털고 검집에 깔끔하게 밀어 넣었다. 그 관리 상태를 보여주듯 찰캉! 하는 맑은 쇳소리가 들렸다. 숨소리조차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상처 없이 바닥에 쓰러진 놈들을 아무렇지 않게 짓밟고 지나가는 모습에는 웃음이 났다. 어떻게 저렇게 귀여울수가. 아닌 척 화풀이는 하는 모습에 입가를 막고 웃음을 죽이고 있으면,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거기 너, 저것들의 일당인가?”
아아, 역시 눈치 챈 건가. 유쾌한 기분에 기댔던 몸을 일으키며 그의 시야내로 걸어 들어가자 예상했던 대로 인상이 굳는 얼굴이 보였다. 정말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반응에 씩 웃어보이자 미간이 좁아드는게 예전의 일은 확실히 잊어버리지 않았는지, 검 자루에 손을 얹는 그는 언제라도 공격을 받아내기 위한 경계를 하는 듯했다.
“오랜만입니다, 홀든?”
“잘도 얼굴을 내미는군. 아직도 안 죽고 살아있었나?”
“여전하시네요. 남의 영역에 발을 들이밀곤 말하시는 게 딱 그때와 같습니다.”
그 말에 금방이라도 씹어 먹을 것처럼 분노를 표하는 표정이 너무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그렇게 무심하고 거만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주제에, 잘 보이지 않는 약점을 찌르면 감춰진 성격을 드러내고 있었다. 끝까지 말은 안지고 대답하는 모습이 몇 달 전의 모습과 똑같아서 어쩌면 이런 만남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너무 열 내지 마십시오, 저도 굳이 당신을 따라다닌 건 아닙니다. 적어도 이런 곳에 홀든가의 도련님이 행차하실 거란 생각은 안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누추한 곳엔 어쩐 일이신지.”
“……불쾌하군. 전에도 말했지. 네가 알 바가 아니라고.”
싸울 의지가 없다는 것처럼 양 손을 가볍게 들어 흔들어보이자 여전히 표정은 굳히고있으면서도 허리에 찬 칼에서 손을 내려놓는 모습이 마치 고양이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다가서면 털을 곤두세우고, 자신에게 무심하다고 생각하면 저렇게 금세 긴장을 푸는 모습이라니. 입가를 가리고 표정을 숨겼다. 평소엔 이런 느낌을 느낄 일이 없어서 그런가,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기는 일에는 관심이 끌려버려 문제였다. 저렇게 반응하면 계속 찔러보고 싶은 기분이 드는데. 그러면 또 시끄럽게 털을 세워댈테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감정에 고개를 젓자 이상한 표정으로 이쪽을 주시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다시 한 번 묻지. 저건 네 잔당들이냐?”
“전에도 말했을 텐데요, 무리지어다니는건 싫어한다고. 뭐, 저도 집 앞이 소란스러워서 나와 본거지만. 이렇게 되어서야 제가 뭘 할 필요도 없겠군요. 감사합니다.”
“……말할 가치도 없군.”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 곤 이내 고개를 저으며 바닥에 굴러다니는 남자의 배를 걷어차던 그는 관계가 없다면 나는 이만 가겠다. 라며 골목길에서 발을 재촉하는 그를 보자 순간적으로 요동치는 느낌에, 그 어깨를 붙잡을 뻔 한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붙잡고나면 무엇을 하려고? 가끔 스스로도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들어 올린 손을 바지주머니에 쑤셔 넣고 멀어지는 은발을 보고 있으면, 그제야 주위의 음습하고 퀴퀴한 향에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방금 전까지 들었던 기분이 현실로 끌어내려간 기분에 괜히 쓰러진 잔당을 처리할까 생각했으나, 굳이 옷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기분에 어깨를 털어냈다. 차라리 빨리 몸을 쉬는 게 낫겠어. 휘파람을 불며 더욱 어두운 골목길로 발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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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넘나 급해서....싸질러버렷...!!!...
150715........다신...수정하지...않겠다....(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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